2025년 10월 29일 개봉한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는 고혜진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정려원과 이정은이 주연을 맡은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이 영화는 당초 TV 단막극으로 기획되었으나,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출품 이후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극장 개봉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고혜진 감독은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마이 유스',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을 연출하며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물 중심의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연출자입니다. 각본은 '검사내전'의 서자연 작가가 맡아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했습니다.
기본 정보
- 제목: 하얀 차를 탄 여자
-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 개봉일: 2025년 10월 29일
- 감독: 고혜진
- 출연: 정려원(유도경 역), 이정은(김현주 역), 김정민(한은서 역), 장진희(유미경 역), 강정우(최정만 역), 이휘종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8분 (약 1시간 48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제작: SLL, 비에이엔터테인먼트
-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스터리
폭설이 휘몰아친 새벽, 강원도 인제의 한 시골 병원 앞에 하얀 차 한 대가 급히 도착합니다. 차에서 내린 작가 유도경(정려원)은 맨발에 흙투성이인 모습으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라며 절박하게 외칩니다. 그녀가 차에서 끌어내린 한은서(김정민)는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도경은 은서를 '언니'라 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곧이어 강원인제경찰서 무상파출소의 경찰 김현주(이정은)가 현장에 도착해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도경의 진술은 혼란스럽고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현주는 도경의 말에서 무언가 감춰진 진실이 있음을 직감합니다.
수사를 진행하던 현주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하나씩 발견합니다. 도경과 은서는 실제 자매가 아니었으며, 도경에게는 조현병 병력이 있었습니다. 도경의 실제 언니는 따로 있었고, 그녀는 전직 설원병원 간호사인 유미경(장진희)이었습니다. 미경의 남편 최정만(강정우)은 폭력전과자로,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도경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흐릿한 기억 속에서 그날 밤의 진실을 찾으려 애씁니다. 그녀의 진술은 매번 바뀌고, 그녀 자신도 무엇이 진실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현주는 도경의 기억이 조현병 때문에 왜곡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파악하려 애씁니다.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질 무렵,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은서가 깨어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도경과 전혀 다른 증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은서의 진술이 더해지면서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는 여러 차례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재구성합니다. 도경의 시선, 은서의 시선, 그리고 객관적 증거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관객은 끝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목격자의 진술은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 모든 일의 배경에는 세 여성이 각자 안고 있는 깊은 트라우마와 상처가 자리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눈 속에 모든 증거가 사라진 그날 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세 여성은 어떻게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걸까요?
주요 등장인물 및 캐릭터 분석

유도경 (정려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영화의 핵심 목격자이자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조현병 병력이 있어 그녀의 진술에 대한 신뢰도는 계속 의심받습니다. 정려원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도경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생기를 잃은 불안한 시선, 두려움 가득한 표정에서 마지막 해방의 순간까지, 불안과 혼란, 각성을 오가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측은함과 수상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관객을 혼돈에 빠뜨립니다.
김현주 (이정은)
강원인제경찰서 무상파출소 소속 경사로, 도경의 사건을 맡게 되는 투박한 동네 경찰입니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점차 변화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인물입니다. 이정은은 경찰 현주 역할로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적정 온도의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관객을 궁금하게 만들며, 관객의 안내자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합니다. 인간미와 의심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한은서 (김정민)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 실려온 여성입니다. 의식을 되찾은 후 도경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하면서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유미경 (장진희)
도경의 친언니이자 전직 설원병원 간호사입니다. 폭력전과자인 남편 최정만과의 관계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최정만 (강정우)
유미경의 남편으로 폭력전과자입니다.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떠오르는 인물입니다.
관전 포인트 및 명장면
1.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번 처음부터 재구성하면서 보여줍니다. 각 진술마다 너무나 그럴 듯해서 관객은 끝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도 점차 흐려집니다.
2. 폭설 속의 강렬한 비주얼
한겨울에 촬영된 이 영화는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적막한 산을 배경으로 시린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시린 맨발로 눈 위를 뛰는 정려원의 모습, 흰 눈에 쳐박힌 차, 폭설이 내린 도로 위에 정차한 하얀 차 아래로 이어지는 피 묻은 바퀴자국 등 강렬한 비주얼과 사운드가 더해져 오싹한 서스펜스를 선사합니다.
3. 정려원과 이정은의 호흡
두 여배우의 연기 합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과 심리 변화로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정려원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연기와 이정은의 진중하고 집요한 연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4. 담배를 피우는 순간의 해방감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정려원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긴 억압과 불안 끝에 찾아온 해방의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감독 의도 및 작품 해석
고혜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첫째는 '닻내림효과(Anchoring Effect)'입니다. 처음 접한 정보가 인식의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을 왜곡시키는 심리적 현상을 시각화했습니다. 영화는 첫 진술이 만들어낸 프레임이 얼마나 쉽게 '진실'로 굳어지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이 믿었던 프레임을 스스로 의심하게 됩니다. '프레임을 벗어나야 보이는 진실'이라는 메시지가 영화의 핵심입니다.
둘째는 '트라우마와 구원'의 서사입니다. 감독은 "트라우마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상처이자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 같은 것"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영화는 세 여성이 서로를 구원하면서 스스로도 구원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은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두되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로 머물지 않도록 시선을 확장했습니다. 각 인물이 품은 트라우마는 서로를 향한 구원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타인을 구원하는 행위가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기억의 불완전함, 인간의 편견과 불신, 그리고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실제 시청 후기 및 평점
관객 평점 및 반응
'하얀 차를 탄 여자'는 개봉 직후부터 높은 평점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8.29점(10점 만점), CGV 에그지수 94%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개봉 당시 13~14위를 머물던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하여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관객들은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하게 봤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반전에 반전이 계속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영화제 수상 및 해외 평가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국내외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BEST INTERNATIONAL FEATURE 수상
-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 등 2관왕
-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스릴(Thrill) 부문 공식 초청
해외 평단은 "구조와 실행에서 영리한 스릴러", "두 여배우의 강렬한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고 호평했으며,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했습니다.
평론가 리뷰
평론가들은 영화의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했습니다.
장점:
- 서스펜스의 리듬과 심리극의 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구성
- 정려원과 이정은의 압도적인 연기력
-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 한겨울 폭설 속의 강렬한 비주얼과 사운드
- 여성의 시선으로 트라우마를 다룬 진정성
아쉬운 점:
- 후반부로 갈수록 과해지는 친절한 설명
- 대사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서스펜스의 쾌감을 반감시킴
- 여백의 긴장감이 부족한 부분
- 트라우마, 구원, 진실, 여성 연대 등 다루려는 주제가 많아 다소 과밀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응원하고 싶은 영화", "웰메이드 스릴러 수작", "가을 극장가를 매료시킬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추천 대상 및 종합평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반전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 끊임없이 뒤집히는 진실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원하신다면 최적의 선택입니다.
- 정려원, 이정은 팬: 두 배우의 생애 최고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여성 서사에 관심 있는 분: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여성의 트라우마와 연대, 구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 심리 스릴러 애호가: 인간의 기억, 편견, 인지의 불완전함을 탐구하는 심리적 깊이가 있습니다.
- 한국 독립영화를 응원하는 분: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종합평
'하얀 차를 탄 여자'는 고혜진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증명한 작품입니다. 정려원과 이정은이라는 두 실력파 배우의 호흡은 108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텔링, 폭설 속의 강렬한 비주얼, 그리고 인간의 기억과 편견을 다루는 심리적 깊이가 조화를 이룹니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여성들의 구원과 연대를 그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친절한 설명이 여운을 덜게 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끝내 관객을 붙잡습니다. 겨울 극장가에 어울리는 등골 시린 서스펜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하얀 차를 탄 여자'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평점: ★★★★☆ (4/5)
#하얀차를탄여자 #정려원 #이정은 #서스펜스스릴러 #고혜진감독 #2025년영화 #한국영화 #반전영화 #심리스릴러 #영화추천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