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배드티처스' 논란 일타강사 vs 방송,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현우진, 조정식)

PD수첩 '배드티처스'

2026년 3월 3일, MBC 'PD수첩'이 '배드티처스 : 일타강사와 문제팔이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내자마자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수능 문항이 사교육 시장에서 거액에 거래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송 후 일각에서는 "재판도 시작 전인데 너무 이른 단죄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균형 있게 정리하고, 지금 우리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건의 배경 : 사교육 카르텔의 민낯

수능 문항 거래란 무엇인가

지금 사교육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이템은 단연 '실전 모의고사'입니다. 수능과 흡사한 고품질의 실전 모의고사를 얼마나 많이 푸느냐가 명문대 진학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고, 이름이 곧 브랜드인 일타강사와 대형 학원들은 시즌마다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문항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양질의 수능형 문항을 만들 수 있는 출제 인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사교육 업체들은 수능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현직 교원들에게 은밀히 손을 뻗었습니다.

PD수첩 취재 결과 드러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문항 한 개당 가격 : 수십만 원 ~ 최대 200만 원
  • 한 교사가 5년간 거래한 금액 : 약 6억 1천만 원
  • 서울 양천구 한 고교 국어교사가 6개 사교육 업체에 문항 판매 후 거둔 수익 : 세후 약 1억 9,900만 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부 교사들이 학원에 팔았던 문항을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 내신 시험에 그대로 출제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사교육 업체 수강생들에게 직접적인 내신 시험 특혜를 준 셈이 됩니다.

사건의 규모

이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8월 교육부가 문항거래 내역 자진 신고를 받았을 때 단 2주 만에 322명이 스스로 거래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이후 감사원은 사교육 업체와 5천만 원 이상 거래한 교사 295명을 별도 선발해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고, 그 중 249명이 위법·부당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충격적으로도 이 중 상당수는 EBS 수능 연계 교재를 집필한 소위 '프리미엄' 교사들이었습니다.

2025년 12월 29일, 검찰은 일타강사 조정식·현우진, 대형 입시업체 시대인재·강남대성 관계자, 전·현직 교원 등 총 4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PD수첩 측 입장 : 공교육 붕괴를 막는 공익 취재

PD수첩 제작진은 이번 방송이 단순한 폭로가 아닌 공교육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추적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합니다.

제작진이 주목한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능 23번 적중 의혹입니다. 조정식 강사의 이름을 딴 모의고사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과 사실상 동일하게 출제된 것은 단순한 실력이나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거래의 결과였는지를 파고들었습니다. PD수첩은 오랜 취재 끝에 조정식 강사의 측근으로 일했던 브로커 김 씨를 만났고, 그가 카메라 앞에서 입을 열었다고 전했습니다.

둘째, 문항거래가 최근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관행이었다는 점입니다. 현직 교사와 일타강사를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존재했고, 그 브로커를 통한 거래가 수년간 이어져왔다는 것을 방송은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취재 기자는 "현직 교사라고 하면 그냥 학교 선생님이지 않냐, 교단을 서시는 분들이 학원과 강사들과 거래를 해서 수억 원 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고 밝히며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흔들린 것이 이번 취재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사들의 입장 : "우리는 억울하다"

PD수첩 '배드티처스'

조정식의 반박

방송이 나가자 조정식은 취재진에게 "카메라 치워라"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공소장 보셨냐? 경찰 단계에서부터 아예 혐의 인정이 안 됐다"며 수능 23번 문항은 단순 우연이었고, 문항거래는 중간업체가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그는 자신의 SNS에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끄러운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습니다. 그의 변호인 역시 "검찰 판단과는 달리 사실관계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다툴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우진의 반박

현우진은 2025년 12월 31일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 5개 쟁점에 대한 문답 형식으로 상세한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 수능 문제 유출 여부 : "일부 기사에서 수능 문제를 유출하여 거래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
  • 현직 교사와의 문항 거래 여부 : 거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문항 공모, 외부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설명
  • 위법성 인지 여부 : "독점 계약이 아니었고, EBS 및 시중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던 교사들이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고 반박
  • 카르텔 주장에 대해 :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인원이 적다"며 학연·지연과 무관한 단순 문항 공급 채널이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 (2026년 3월 기준)

현재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2026년 1월 14일 검찰의 공소장이 일부 공개되면서 조정식과 현우진의 구체적인 범행 혐의가 공개되었지만, 피고인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현우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3명에게 문항 제작 조건으로 총 4억여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조정식은 같은 기간 현직 교사 등에게 약 8천만 원을 건네 문항을 받은 혐의 외에 EBS 교재 발간 전 문항을 미리 요청한 배임교사 혐의까지 추가로 적용된 상태입니다.

시대인재와 강남대성학원은 교사들과 불법 계약을 맺고 각각 7억 원과 11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전망 : 이 사건이 남길 것들

법적 쟁점

이번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적용 범위입니다. 피고인들은 문항 거래가 교사의 직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개인 창작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EBS 교재 집필자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의 정보를 활용한 청탁이라는 입장입니다.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교사들의 외부 활동 범위와 사교육 업체의 문항 수급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시스템의 과제

이 사건이 드러낸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능 체제 자체의 구조적 취약성입니다. 고품질 문항을 제작할 수 있는 인력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의 수요는 폭증했고, 그 간극을 채운 것이 바로 이번 거래였습니다. 교육당국이 출제 인력 풀을 공적으로 확대하고 수능 문항 생태계 전체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태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재판 결과 전의 단죄는 옳은가 — 현주엽 사례가 주는 교훈

이번 논란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조정식·현우진에 대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특정인을 단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여러 차례 반성한 실수이기도 합니다.

과거 현주엽 전 농구선수는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제기되자 방송 활동이 중단되고 극심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조사 과정에서 당초 제기된 혐의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는 명예회복에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방송과 SNS를 통한 여론의 폭주가 사법 판단보다 앞서가면서, 개인의 삶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되는 사례는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물론 이번 문항거래 사건은 검찰 기소까지 이루어진 사안이며, 취재를 통해 드러난 정황들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교육의 공정성이라는 공공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언론의 감시와 공론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이미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특정인을 개인적으로 공격하고 낙인찍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이렇습니다.

  1. 사건의 구조적 문제에 분노하되, 개인에 대한 단죄는 재판 결과를 기다릴 것
  2. 언론의 보도를 참고하되 전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 PD수첩이 공익적 역할을 하더라도, 방송 편집과 강조 방식에 따라 특정 시각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3. 이 사태가 드러낸 공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할 것

결론 : 공정한 교육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시각

이번 PD수첩 '배드티처스' 논란은 단순히 몇몇 강사들의 일탈로 마무리될 문제가 아닙니다. 공교육 교사들이 수년간 관행처럼 사교육 업체와 거래해왔고, 그 규모가 수백 명에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우리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미디어와 SNS의 여론이 사법 판단을 앞서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진실은 법정에서, 그리고 충분한 사실 확인을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공정한 교육을 원하는 마음과, 공정한 사법 절차를 원하는 마음은 모순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켜가는 것이 성숙한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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