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8년 만의 사과, 10시간 만의 응답
2026년 3월 20일, 한국 언론사에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전에 SNS를 통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지 불과 10시간 만에, 프로그램 측이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8년 7월 문제의 방송이 나간 지 꼭 8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방송사 사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8년 하나의 방송이 어떻게 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흔들었는지, 그리고 그 진실이 어떻게 8년에 걸쳐 하나씩 밝혀졌는지의 긴 여정이기도 합니다.
1. 시간순으로 본 이날의 전개
2026년 3월 20일 오전 — 이재명 대통령, SNS에 공개 사과 요구 글 게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는 과연 순순히 추후 보도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지 궁금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의 무덤에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조작폭로한 국민의힘이나 그알같은 조작방송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며 "저도 과욕이겠지만, 미안하다는 진솔한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2026년 3월 20일 저녁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8년 만에 사과
이 대통령의 요구가 나간 지 약 10시간 만에 〈그알〉 측이 사과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한국기자협회 보도를 통해 확인된 내용입니다.
2. 이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게 된 배경 — 대법원 판결 확정
이 대통령이 이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데는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2021년 10월 국민의힘 인사들이 성남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 씨의 말을 근거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국제마피아파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박철민 씨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장영하 변호사는 이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대법원은 2026년 3월 12일 장 변호사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청와대도 즉각 움직였습니다. 청와대는 "조폭 연루설, 20억 원 수수설 등이 허위로 드러남에 따라 언론중재법에 보장된 '추후 보도 청구권'을 행사한다"면서 "당시 보도로 인한 국민의 오해를 해소하고 훼손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추후 보도를 해달라"고 언론사들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3. 문제의 방송 — 2018년 7월 21일, 이큰별 PD가 만든 그 회차
담당 PD는 누구였나요
〈그것이 알고 싶다〉 1130회를 연출한 사람은 이큰별 PD였습니다. 이큰별 PD는 2010년 SBS에 입사해 시사교양 본부에서 활동했으며, 교양 PD로 일하는 동안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비롯한 국내외 다수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다룬 〈그알〉 '대통령의 시크릿' 편(2016년)을 제작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알로 전보돼 만든 첫 작품이 이 방송이고 얼마 후 그알을 떠났다고 하는 담당 PD는 여전히 나를 조폭연루자로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밝혔습니다. 이큰별 PD는 현재 〈그알〉을 떠나 SBS 시사교양 본부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해 재직 중입니다.
방송의 핵심 내용
SBS 시사 프로그램 '그알'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당선 직후였던 2018년 7월 방송을 통해 이 대통령과 성남 지역 폭력조직 간 유착 의혹을 방송했습니다. 방송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됐습니다.
① 2007년 변호사 시절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변론
방송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07년 성남시 '국제마피아파 일제검거' 당시 조직원 2명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당시 공범으로 재판받던 조직원이 설립한 업체가 자격 미달인데도 성남시의 우수중소기업에 선정됐으며,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구단주이던 성남FC에 경품을 후원하고 성남 도시공사 사업도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② 코마트레이드 — 성남시 우수중소기업 선정 의혹
방송 내용은 이재명 당시 지사가 성남국제마피아와 결탁해 살인 용의자를 풀어주고 해당 조폭이 이 지사 권력을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타야 살인사건 용의자 → 성남 국제마피아파 → 코마트레이드 → 이재명·은수미'로 이어지는 커넥션 구도로 편집됐습니다.
③ 영화 '아수라' 이미지 삽입 — 서사 조작의 핵심
제작진은 방송에서 '과연 악의적인 음해와 모략일까, 아니면 의혹 너머 진실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면서도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영화 '아수라'와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삽입했습니다. 범죄 영화의 장면이 현직 경기도지사 보도에 삽입된 것으로, 소설가 장정일은 한국일보 칼럼에서 "이 방송물이 무서운 것은 서사가 조작되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방송 파급력 — 청원 8만 명 돌파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빗발쳤으며, '불법폭력조직 코마트레이드와 연루된 성남시장 은수미와 경기도지사 이재명 즉각 사퇴하라'는 청원에는 약 8만 1천 명의 시민들이 동의했습니다.
4. 이 대통령이 주장한 조작 정황 4가지
이 대통령은 "그알 PD의 기적의 논리, 김상중씨의 리얼 연기 덕분에 졸지에 살인조폭으로까지 몰렸다"며 "이 방송은 나를 제거하기 위해 동원된 물리적 테러, 검찰을 통한 사법리스크 조작, 언론을 통한 이미지 훼손 작전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인 조작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근거 없는 서사 — 영화 이미지로 이재명 = 조폭 이미지 각인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사실처럼 편집하고, 범죄 영화의 자극적 이미지를 삽입해 시청자에게 선입견을 심어줬다는 주장입니다. 방송은 확실한 스모킹건 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② 해명 전화를 '압박 시도'로 역이용
방송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이큰별 PD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쪽에 전화를 좀 해가지고 죄송합니다. 원래 제가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인데"라며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으며, 이 PD는 SBS 임원·대표이사·김상중씨 매니지먼트까지 전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 요청을 '방송 압박'처럼 편집해 오히려 이 지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주장입니다.
③ 대규모 후속 취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방송 후 후속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몇 달간 방송을 동원해 제보를 받고 대규모 취재진이 성남 바닥을 샅샅이 훑었는데 과연 제보된 단서 비슷한 것이 단 한 개라도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티끌만한 건덕지라도 있었으면 후속 보도를 안 했을 리 없겠지요"라고 반문했습니다.
④ 방송 후 단 한 편의 후속 보도도 없었다
수개월간 전국민 대상 제보를 받고 대규모 취재를 진행했음에도 후속 방송이 단 한 편도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근거 없는 방송이었음을 방증한다는 논리입니다.
5. 8년간의 법적 판단 — 경찰·검찰·법원 모두 '무혐의'
경찰 불기소 의견 → 검찰 불기소 처분 → 법원 재정신청 기각
이재명 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수사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2018년 11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그해 12월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후 서울고법 형사26부는 재정신청에 대해 "수사기록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혐의 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고, 이 지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이재명 지사 소송 취하 — "조폭몰이 허구 법적으로 입증"
이 지사 측 변호인은 "조폭몰이가 허구임을 입증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는데 이후 검찰 불기소, 재정신청 기각 등을 통해 조폭몰이가 허구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입증됐다"며 "문제가 해소돼 대승적 차원에서 소를 취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6년 대법원 — 연루설 퍼뜨린 장영하 변호사 유죄 확정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인 신인규 변호사도 SNS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대변인으로서 잘못된 논평을 발표했다, 명백한 잘못"이라며 "대통령께 사과 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6. 또 다른 파장 — 언론들은 아직도 침묵 중
이 대통령은 "아무 근거 없는 '이재명 조폭 연루설'을 확인도 없이 무차별 확대 보도한 언론들이 이런 판결이 나는데도 사과는커녕 추후 정정보도 하나 없다"며 "추후 정정은 고사하고 사실 보도조차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SBS 측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해당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조폭 연루설을 받아 써 퍼뜨린 언론들은 이후에도 후속 정정이나 사과 없이 침묵을 유지해 왔습니다.
대법원 판결(3월 12일) 후 8일 동안 대부분의 언론은 아무런 추후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제대로 된 정정보도를 내보낸 언론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직접 지적했습니다.
청와대가 3월 19일 공식 추후보도 청구권을 행사하자 TV조선·채널A 등 일부 언론이 당일 즉각 추후보도를 했고, 이 대통령이 3월 20일 오전 SNS에 〈그알〉을 직접 겨냥한 글을 올린 시점에서도 〈그알〉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였다가 SNS 에 올린지 10시간만에야 '8년 만 사과'가 나온 것입니다.
7. '그알'이 사과에 나선 배경 — 추후보도청구권의 법적 압박
이번 〈그알〉의 사과가 단순한 자발적 반성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17조 1항에 근거해 언론사들에 추후 보도문 게재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법 조항은 '범죄 혐의가 있거나 형사상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자의 경우 형사 절차에 따라 무죄 판결 또는 이와 동등한 형태로 사안이 종결되면 3개월 이내에 추후 보도 게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청와대의 추후보도 청구권 행사와 이 대통령의 공개적 요구가 동시에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그알〉이 8년 만에 사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마무리 —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사과 요구를 하면서 "저도 과욕이겠지만, 미안하다는 진솔한 한마디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바람이 8년 만에, 그리고 SNS 게시 10시간 만에 이뤄진 것입니다.
2018년의 그 방송이 가진 파급력과 그 이후 8년간 법적 판단들이 쌓여온 과정, 그리고 이번 사과까지 — 이 모든 흐름이 보여주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자극적 편집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한 사람을 따라다닐 수 있는지 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때로 8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본 글은 공개된 뉴스 보도, 법원 결정, 대통령 SNS, 한국기자협회 보도 등을 종합해 작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해당 방송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공익성을 인정한 판단도 존재하는 만큼, 독자 여러분께서는 다양한 시각을 참고하시어 직접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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